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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인용문 에세이

책 <쇼펜하우어의 논쟁적 변증술> - 트집 잡힐 말을 하지 말자

by 리딩잇팅 2025. 3. 26.

 
쇼펜하우어의 논쟁적 변증술
논리와 비논리를 구분하는 안목과 지혜를 갖게 하는 고전! 어머니와의 갈등, 헤겔과의 악연이 빚어낸 역작!
저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출판
청송재
출판일
2022.02.22

 

상대방의 어떤 주장을 할 때 우리는 그것이 그가 이전에 말하고 인정한 어떤 것과 모순되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중략)

예컨대 베를린은 체류하기 불편한 곳이라고 주장하면 즉시 이렇게 소리친다. "왜 첫차를 타고 당장 이곳을 떠나지 않는가요?"
이처럼 어떤 식으로든 트집 잡을 구석이 있을 것이다.
책 <쇼펜하우어의 논쟁적 변증술> 中

논쟁을 하면서 가장 편한 방법은 상대방의 주장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도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 고등학생 때 윤리와 사상을 선택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산파술'이 그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무언가를 주장하지 않았다. 대신에 어떤 사람이 무엇을 주장하는지를 살피고 그의 주장을 끝까지 파고들었다. 그리고 결국 그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고백을 이끌어냈다.

우리는 종종 말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내 주장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 주장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방의 주장을 역이용해서 공격을 해도 된다. 상대방이 AI나 기계가 아니라면 상대방의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

즉, 자가당착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그가 스스로 함정을 파도록 유도하는 것이 상대방의 논증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특히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트집 잡힐 일이 생긴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앞서했던 말과 나중에 한 말이 달라진다. 말은 휘발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내가 1시간 전에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억하긴 힘들다. 하루 전에 했던 말이라면? 더욱 기억하기 힘들다.


영상의 시대가 되면서 유튜브가 성행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유튜버가 되었다. 유튜버가 되려면 말이 많은 게 유리하다. 말이 너무 없는 사람보다 말이 많으면 방송이 재밌어진다. 개인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도 그렇다. 라이브 방송을 하는데 말을 적게 하는 스트리머보다 말을 많이 하는 스트리머의 방송이 더 재밌다.

그런데 종종 유튜버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대체로 말실수 때문이라 생각한다. 언제 어느 방송에서 했던 말실수 하나 때문에 자가당착에 빠진다.

영상의 시대가 되면서 유튜버의 말은 언제든지 녹화가 된다. 솔직히 '녹화'라는 단어는 올드하다. 유튜버의 영상이 '클립'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클립'은 유튜버의 말실수를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유튜버가 아무리 자신의 영상을 내려도 소용없다. 그 클립은 삽시간에 유튜브가 퍼지게 되면서 해당 유튜버는 빠져나갈 구멍이 사라진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게 해당 유튜버는 자취를 감춘다.


그러나 쇼펜하우어의 주장을 역이용해보자. 우리가 논쟁을 하거나 말을 할 때 트집 잡힐 일을 만들지 않으면 된다. 쇼펜하우어가 저렇게 말했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이해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말을 할 대 트집 잡힐 일을 없애면 나의 주장을 상대방이 역이용할 수 없게 된다.

쇼펜하우어의 주장을 역으로 이해하면 말을 할 때 신중해야 한다로 결론을 낼 수 있다. 주장을 할 땐 겉으로 보기에 그럴싸하게 하는 게 아니라 트집 잡힐 일 없이 정확하게 해야 한다로 결론을 낼 수 있다. 그리고 가급적 너무 많은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간결하게 내가 할 말만 하면 된다. 그 외의 말은 필요 없다.